서론
RICOH GR 3x / 포지티브 필름, 커스텀
대부분 보정 없음(못함)
가장 기억에 남을 통곡의 3월이다.
큰 일들이 휘몰아쳤고,
그런 와중에도 애써 밝게 지내야 했다.
아, 어머니.
제가 '괜찮은 척'에 능통하다고 하셨나요.
예전에도 느꼈지만 꽤 정확히 보신 것 같습니다.
보정이나 손을 댄 사진은 본문에 언급 했습니다.
본론
전 날 친구 아버님의 장례식에 다녀온 지 고작 하루가 채 되지 않았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겪는 일이라 죽음에는 익숙해졌다는 잠깐 착각을 했었다.
하지만 떠날 사람을 보내는 일 보다 남은 사람들을 견디는 일이 더 안쓰럽고, 가엽고, 그렇더라.
너의 시계는 멈췄지만 우린 계속 걸어가야겠지.
그 끝에서 항상 앞서있던 내게 이제야 왔냐며 잔뜩 놀림받는 걸로 가슴을 뭉개는 짐이 툴툴 털렸으면 한다.
사진은 아이폰 13 미니, 잡티 보정과 그레일 스케일 필터
압구정
지쳐가는 내 심리를 보상해 주고자 친구들과 압구정에 갔었다.
맛있는 음식도, 늘어지게 보내는 시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평소에는 보기 힘들었던 좋은 차들이 즐비해 눈과 귀가 즐거웠다.
우리가 압구정을 떠나기 전까지 한 카페 앞에 주차돼 있던 페라리.
날이 좋았거나 시동이 걸려 있었다면 조금 더 웅장한 사진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번호판만 지웠습니다.
디저트로이 (Dessert'Roy) - 압구정
친구들과 예약한 식당이 저녁 타임이었기에,
의논할 일도 있고 해서 식당 맞은편의 카페를 알아봤었는데 하필 당일이
미니의 전기차 시승 이벤트로 대관이 된 상황이었다.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으니 눈에 띄는 빨간 간판과
갓 구운 와플에서 풍기는 버터향...
탁 트인 창은 활짝 열려 한국에서 보기 힘든 그런 느낌의 카페라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커피는 내가 좋아하는 산미가 조금 부족했지만
달콤한 와플과 잘 어울렸다.
항상 느끼지만 음료는 음료 자체의 맛도 중요하지만 함께 먹는 음식과의 궁합도 무시할 수 없다.
일을 일단 마칠 때까지 거의 서너 시간을 앉아 있다가 주변을 돌아보고는 다시 카페로 와
음료 하나씩 더 시켜 목을 축였는데 그새 또 왔냐며 알아보시니 우리까지 다 반가웠다.
키친 마이야르 (Kitchen Maillard) - 압구정
승우아빠
육식맨
유튜버 '승우아빠'의 매장이다.
이 날은 오리지널 메뉴가 아닌 또 다른 유튜버 '육식맨'과의 콜라보 메뉴를 판매하는 날로,
다른 때 보다 예약 경쟁이 조금 심했던 걸로 기억한다.
매장의 반 정도를 현장 고객, 나머지를 예약 고객의 응대에 사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노쇼 문제로 예약석을 조금 더 많이 할당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당시 사정이 좀 있어 나를 제외한 친구와 친구의 형님까지 셋이서 시도한 걸로 알고 있는데,
항상 그렇듯 형님이 성공했다. (이게 되네...😳)
네슈빌 치킨버거 세트
흔하게 먹었던 네슈빌의 맛이 아닌 조금 더 정제된 맛의 네슈빌의 맛이었다.
함께 나온 프라이가 함께 했던 4인 전원이 꽤 맵다고 이야기했었으니
자극적인 걸로 치면 프라이 쪽이 더 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릴치즈 샌드위치
구성에는 풀드포크푸틴이 함께 적혀있는데 어쩐지 이쪽 세트에는 그게 빠져있다.
치즈도 살짝 덜 녹은 상태였고, 샌드위치 자체 만으로는 맛이 좀 비는 느낌이 있었고
함께 나온 베이컨잼을 듬뿍 얹어 먹으면 이름에서는 예측할 수 없었던
향긋한 산미와 단 맛, 베이컨의 향까지 어우러져 행복한 맛이 난다.
그랬음에도 친구들은 이 샌드위치를 가장 좋아했다.
이후 재주문할 때 한 번 더 먹어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확실히 잘 녹은 치즈와 빠졌던 풀드포크 푸틴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는 충분히 만족했다.
큐바노 샌드위치
실상 그릴치즈 샌드위치에서 풀드포크 푸틴이 빠진 상태였어서
이 메뉴에서 먹어 볼 수 있었다.
이미 직전 접시까지 빵을 먹은 상태라 임팩트는 조금 적었지만,
고기를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이쪽이 그릴치즈 샌드위치보다는 선호가 높았다.
다만, 풀드포크 푸틴이 워낙 맛있었던 지라 크게 기억에 남지 않는다.
불고기모호 프라이드 폭립
이 날 최고의 메뉴였다.
원래도 내어 같은 거 개나 줘 버리는 폭립인데 튀기는 방식으로 인해 칼이나 포크는 들어가지도 않는다.
바삭한 튀김 아래에 고기는 충분히 촉촉하고 야들야들하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고소하고 분에 넘치도록 맛있지만,
고수 한 장과 칠리소스를 곁들이면 바로 눈이 감기고 황홀해진다.
이전에 우육면을 먹으러 갔을 때도 고수를 굉장히 기피했었는데,
이 메뉴에서는 애써 찾아 먹을 만큼 맛있게 먹었다.
이 메뉴도 그릴치즈 샌드위치와 함께 재주문했다.
오레오 프라이 & 아이스크림
쿠키 앤 크림 아이스크림과 오레오 크럼블,
살짝 녹은 마쉬멜로우, 그리고 도넛 반죽에 쌓여 튀겨진 오레오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조금 의구심이 드는 메뉴였는데 반죽의 습기를 잘 먹어
이질감 없이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전체적으로 당도가 높고 느끼할 수 있는 구성이라 위에 올려진 민트잎은
속을 누르고 입을 개운하게 하는 한 수였다.
고생을 해서 그런지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무엇을 기대하고 평가하는 건 개인의 자유겠지만,
적어도 '승우아빠'의 목적에는 충분히 부합하는 가격대와 맛, 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해 보니 우리가 압구정에 도착한 시간과
승우아빠, 육식맨이 영업 준비를 하기 시작한 시간이 얼추 비슷했다.
아, 이들은 프로구나.
우리는 노는데도 이렇게 지쳤는데
이들은 팬들의 앞에서 웃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루스퀘어 - 한남동
생각해 보니 우리가 만나는 날은 운이 좋게도 늘 맑은 날이었다.
정신 차릴 새도 없이 3월의 반이 지나가고, 할머니의 건강이 갑자기 안 좋아지셨다.
또다시 괜찮은 척 하지만 이날 평소엔 찍지도 않던 바닥을 찍었던 건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기존에 읽고 있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마치고
새로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글자도 크고 조금 쉽게 생각했던 책이었는데
하나같이 메이던 가슴을 쥐던 손을 하나씩 풀듯 상냥한 글들이라
읽는 내내 눈물이 찔끔 났던 것 같다.
언젠가부터 그랬다.
소리 내 우는 법을 잊어버려
억지로 눌러 담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다.
단어의 집
내 인생을 빛내줄 사진 수업
삼각지역
그날 저녁은 돈가스로 메뉴를 정해 뒀었다.
용산으로 갈까 고민을 좀 했는데 그 근방에 눈에 들어온 곳이 있어 조금 걷기로 했다.
삼각지역에서 조금 걸어 다리를 건너갔었는데 나란한 빌딩보다는
아래로 다니는 기차들에 눈길이 더 갔던 것 같다.
효돈 - 용산
친구(Rabbit)가 찍은 돈가스와 계란밥 😂
익숙한 게 최고라 내 게 아니라도 한참은 뻘샷을 찍어야 한다.
내가 찍은 돈가스와 계란밥
가게 입구부터 숙성 냉장고가 보이고, 돈까스 자체도 부드럽고 좋았다.
돈가스는 원래 튀김옷에 입천장이 너덜 해 지는 맛에 먹는 거라 바삭바삭한 튀김옷도 마음에 들었다.
친구가 찍은 사진이 조금 시커멓게 나온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맛있었다.
밥은 리필이 가능했고, 이 때는 계란 없이 밥만 추가된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 뭘 기대한 거냐며 핀잔을 조금 들었다.
결론
대단한 책은 아니고 소설책을 읽다가 봤던 구절이 있다.
인간은 의외로 밥 잘 먹고 잠만 잘 자도 죽지 않는다.
굉장히 유쾌한 사람이었기에 자기가 죽으면서도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 거다.
그래서 이후에 주인공이
<살아 있다>는 것과 <죽지 않았다>는 건, 꽤나 다르구나
라고 말하는 부분도 함께 마음에 담았다.
휘몰아치던 3월이 끝났고,
이제 시작한 4월을 맞았다.
힘이 들 수록 뒤를 돌아보지 않고
꿋꿋이 앞을 향해 걸어간다.
아직은 하고 싶은 게 많고,
해야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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